"엄마, 배 고파요!"라는 말에 잠에서 깨어났다. 아내를 더 재우고 아들과 함께 아침 먹을거리를 사려고 차키를 챙겼다. 그런데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제 돌아오는 길에 냇가에서 수영하기 전까지는 분명 있었던거 같았는데... 어쩔 수 없이 아내를 깨웠다. "여보, 지갑이 없어요." 아내의 기억으론 어제 냇가에서 수영하기 전 가져갔던 종이가방 안에 '차 키, 지갑, 휴대폰'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옷을 가져오느라 차 키는 챙겼고 사진 찍느라 휴대폰도 챙겼는데 지갑은 기억 나지 않는다고 했다. 분명 종이가방 안에 있었는데 돌아올 때 종이가방을 아무도 챙기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아내의 말이 확실하다면 지금이라도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갑에 들어있는 돈은 소액이지만 얼마전 새롭게 발급받은 데빗카드, 자동차 운전면허증, 헬스장 출입 카드 등 다시 새롭게 발급받아야 할 카드들을 생각하니 무조건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보, 우선 출발하죠"
그렇게 떠났다. 남은 2일의 휴가 중 첫날은 이렇게 다시 휴가다녀왔던 곳으로 떠나게 되었다. Karangahake gorge를 입력하고 출발을 터치하니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고 나왔다. '그래, 아직 있을거야!' 주위에 수영 후 널부러진 옷가지들을 보았을 때 매일 청소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 의도적으로 누군가가 들고 가지 않았다면 있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운전대를 잡았다. 큰 아들의 배고픔으로 일찍 분실한 지갑을 발견하게 되었으니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떠났다. 다행히 휴가철이라 시티를 통과하는데 막히지는 않았고 예정한 시간에 따라 운전해 갈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방해요소는 어제까지 휴가다녀오느라 피곤했던 둘째 아들의 투정소리였다. 더 자고 싶고 집에서 쉬고 싶은데 또 왜 밖으로 나가냐며 투덜거렸다. 이내 배고프다고 소리치며 인내심을 시험했다.
처음에는 오클랜드를 벗어나면 그 도로가 그 도로 같고 그 들판이 그 들판 같았는데 이제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가는 도로가 2번 도로이고 뉴질랜드에 도착 후 가장 먼저 들렸던 카페가 있다는 것도 생각이 났다. 우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Tinyturners Cafe에 잠시 정차하였다. 2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타우랑가에 들리기 전 중간 쯤 되는 곳이어서 원래 사람이 북적북적했던 기억이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인지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배고픈 아이들을 위한 빵 조각들을 구매하고 커피를 사려고 하던 아내에게 우선 빨리 가서 확인하고 여유있게 커피를 마시는게 좋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다. 이런 나의 태도가 불편했었는지 이 후 도착전까지 아내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10시 30분쯤 드디어 분실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트랙킹 하기 좋은 곳이기에 아침부터 방문한 사람들로 인해 주차할 곳이 없어 우선 아내에게 먼저 냇가로 가보라고 했다. 주차 후 흔들다리를 건너 냇가로 아들들과 함께 뛰어갔다. 보이지 않았다. 흔적이 없다. 부랴부랴 달려왔는데... 누군가 가져간 것일까? 아니면 종이가방을 들고 갔었는데 쓰레기통에 넣었던 것일까? 아내도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아 포기했다. "그래도 확인했으니 우선 점심먹으러 가자!"
짜증과 불쾌지수가 올라가있는 두 아들을 위해 가까운 Paeroa에 멈추어 우선 놀이터로 가기로 했다. 그전에 아까 마시지 못했던 커피와 주전부리를 사가지고 공원으로 향했다. 매번 지나갈때마다 스쿠터와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모습을 보았는데 드디어 이 공원에서 놀게 된 아이들은 잠시동안 신나도록 놀았고 조금 있다가 다시 심심해 했다. 아내와 나는 기억만을 믿고 그래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을것이라는 생각으로 달려왔는데 흔적이 없으니 마음이 허탈했다. 그래도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달려온 1시간 40분은 너무나 빨리 지나왔는데 아무런 수확없이 다시 돌아가려니 오클랜드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우선 은행 앱을 실행하여 데빗 카드를 일시정지 해두었고 자동차운전면허증을 어떻게 재발급 받는지 검색해보았다. 언어가 원활하지 않아 이런 업무를 보는게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 중에 하나인데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
놀이터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 다시 오클랜드로 올라왔다. 도로에 차가 많진 않았지만 길이 참 멀고 길었다. 집에 도착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차를 한번 뒤져보고 개러지에 가서 정리되지 않은 짐들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개러지에 종이가방에 2개가 있어서 혹시나 아내에게 어제 종이 가방을 챙겼던 건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종이가방에 차키와 핸드폰을 둔 기억은 있는데 지갑을 두었던 기억은 확실하지 않아 혹시나 하는 희망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냇가에서 수영 후 출발전에 찍었던 가족사진을 보았는데 아내의 팔에 '종이 가방'이 걸려 있지 않은가! "여보, 당신 팔에 종이 가방이 있는데요?" 이건 어떻게 된일인가? 그렇다면 정말 오늘 갔었던 그 장소에는 종이가방이 없었던게 분명하고 지갑이 들어있던채로 쓰레기통에 버렸다면? 더 이상이 답이 없고 혹시라도 원래부터 지갑이 그 곳에 있지 않았다면? 그 전에 지갑을 잃어버렸다면? 여러 생각이 들었다.
처남 집에서 출발 전에 시아에게 용돈을 준다고 지갑을 꺼냈고 그 이후 기억이 없었다. 오모코로아에서 비치 텐트를 치고 놀다왔으니 만약 그곳에서 잃어버렸다면 더 이상 답이 없을 건데...혹시라도 텐트에 누워있었을 때 텐트 안에 지갑이 떨어졌고 그 상태로 텐트를 접었다면? 이건 정말 마지막 혹시나 하는 마음이니 텐트를 열어보자! 자동차로 향했다. 집으로 텐트를 가져와 조금씩 펼쳤다. 그리고... 나왔다! 오! "여보~~~~~~! 여기 있어요!"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지만 찾았다는 이 기쁨에 우선 충실하기로 했다! 안도의 한숨 그리고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오모코로아 텐트에 누워있었을때 핸드폰과 휴대폰을 옆에 두었는데 그 때 휴대폰만 챙기고 지갑은 계속해서 텐트 안에 있었던 것이다. 아내 또한 종이 가방안에 지갑이 없었음에도 있었다는 기억이 분명했기에 나 또한 강력하게 지갑은 그곳에 없었던거 같아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모든 기억들이 온전히 생각났더라면 먼거리를 오고가는 일이 없었을텐데 역시 인간이 연약하다는 사실을 새삼 또 깨닫게 된다. 또한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게 되었으니 해피 엔딩으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되었잖아'라고 서로 비방하는 목소리를 내었을법도 한데 그렇지 않고 참고 기다려주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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