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농사일이 바쁘지 않은 농한기이기 때문에 시골에서는 각 집마다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다. 동네 아낙네들은 이른 아침 집안일을 하고 한 집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 이바구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남편이야기, 도시로 떠난 자녀이야기, 가축이야기 등등 쉴새 없이 이어진다. 이때 이유없이 모이기 보다 항상 손이 심심하지 않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는데 어렸을적 큰방에 모여 있던 할매들이 생각난다. 아주 긴 딱 나무 껍질을 정리해오면 두툼한 칼로 잔껍질을 제거해 정리한다. 그렇게 정리된 딱나무는 한지를 만드는 공장으로 이송되고 시간이 지나면 한지로 다시 배송을 받게 된다. 어렸을적 기억이기 때문에 정확한 경로들은 희미하지만 확실한 것은 딱나무 껍질을 정리하고 난 후 집집마다 한지를 받아서 사용하던 모습을 보았다.
우리집에 받게 된 한지는 문종이로 사용되거나 장난치며 뚫은 부분들을 다시 손질하는데 사용하였다. 또한 무엇보다 어린시절 그 한지는 나에게 꼭 필요한 장난감 도구였는데 바로 연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마을마다 대나무 숲이 가까운 뒷산 근처에 종종 있는데 그곳에 가서 연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적합한 대나무를 준비하고 풀 가위 등을 준비하여 가오리 연을 만들었다. 왼쪽 오른쪽 균형을 위해 적합한 대나무를 잘라서 휘어보고 결정하는 일, 그리고 꼬리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기, 가오리 연에 묶는 실 길이와 적당한 위치에 고정 하는 것 등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연을 성공적으로 만드느냐 그렇지 않느냐 판가름이 났다. 바람부는 날 다 만든 연을 들고 멀리 멀리 보내며 날리던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날아갔었던 적도 있었고, 바람이 너무 강해서 실이 끊어져 안타깝게도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한 적도 있었다. 한지가 풍족하지 못했기에 연을 많이 만들면 금새 동강이 나버렸고 그때는 신문지로 만들어서 날렸던 기억이 있다.
설, 추석 등 명절이면 시골에서 놀던 추억들이 가끔식 생각이 난다. 도시에 살던 친족들이 나에게 다가와 시골에서 노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찾아왔던 기억도 있다. 연 만들기를 비롯하여, 논두렁에서 썰매타는 법, 눈오는 날 비료포대에 짚을 넣어 눈썰매 타는 법, 뒷 산에 올라가 꿩/토끼잡는 법, 개구리/가재/미꾸라지 잡는 법, 매미/잠자리 채집하는 법, 동굴에 들어가 박쥐 쫓아내는 법, 활과 화살만드는 법, 딱총 만드는 법... 면소재지의 시골에서 살다가 읍내도 아주 큰 타운이었고 도시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는 시골출신이라는 것에 대해 열등감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나만의 스펙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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