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면 적어도 이정도 만큼은 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내심 기대한다.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 거리고 손만 잡아도 행복하던 그 시절 배우자에게 행복한 가정은 바로 '너와 내가 이루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결혼 후 사랑의 열매로 자녀를 낳고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 부부의 좋은 점만 닮았으면 좋겠다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자녀를 양육한다. 기대하며 바라던 내 마음의 높이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아니면 기대하며 바라던 내 마음을 몰라주는 너의 잘못일까? 우린 기대가 아니라 기겁하며 실망한다. 그때 바라던 그림이 아니어서 실망하더라도 이미 곳곳에 붓질되어버린 도화지를 바꿀 수는 없다. 저마다 상상하며 자신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길 바라며 기대하지만 실망만 쌓여가고 있을뿐이다.
그동안 사람에게 기대를 많이 했던 나 자신을 돌아본다. 이 사람은 적어도 나의 연약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사람임에 틀림없다는 강한 확신으로 자연스레 기대를 했다. 내가 만났고 내가 선택한 사람이기에 적어도 당신 만큼은 내가 기대한대로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람은 내가 바라고 기대하는 대로 스케치되고 드로잉되고 페인팅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미 이전부터 그림을 그려가고 계시던 그 분이 붓질해 가시는 것이지 내가 기대하는대로 붓질해 갈 수는 없는 것이다. 한가지 감사한 것은 사람이 서로를 통해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의 붓질을 함께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다는 것이다. 더 세련되고 섬세하게 그분이 그려 가실 때 아름답게 정돈되어져 가는 작품의 품격을 느낄 수 있도록 지금 기회를 얻은 것이다.
사람은 기대해야할 존재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되어져 가는 아름다움을 함께 볼 수 있도록 서로에게 기회를 주셨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바로 그 사람이 그 분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대상이다.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사람에게 기대치만 쌓아갔었기에 얼마나 많은 섬김의 기회를 놓쳤단 말인가! 그 분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아들의 생명 조차도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위해 기꺼이 내어버리셨다. 아무런 기대 없이 그저 주셨던 그 사랑을 알 수 있도록 나에게 기회를 주셨다. 나는 지금 그 사랑을 받았다는 확신이 있다. 그렇기에 더 이상 기대하는 내가 아니라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게 된다. 당신처럼 기대하지 않고 기꺼이 내어줌으로 얻는 그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심에 감사한다. 언제나 누구나 어디에서나 기대가 아니라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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